기사 메일전송
분노 끝에 만난 도자기..."처음 보는 무아지경의 세계였다"
  • 나명숙 기자
  • 등록 2018-10-08 22:38:40

기사수정
  • 소정도예연구소 '소정 손유순 희로애락' - 로(怒) 편
'로(怒)'의 사전적 의미는 노여움. 분하고 섭섭하여 화가 치미는 감정을 말한다.

전통자기 재현 '팔방미인' 아름다운 天然의 빛으로 천년의 신비를 벗긴다./소정  손유순 도예가 제공

1955년 가난한 농부의 육남매 중 맏딸로 태어났고 초등학교 4학년 때 그림에 소질이 있는 것을 알고 담임선생님이 방과 후 매일 제목을 주시면서 그리게 하셨다.


두 살 터울인 동생들이 다섯인데 아버지는 그림그리지 말고 일찍 집에 와서 동생들 돌보라고 했다. 그러나 선생님이 시키는 것이라서 포기 하지 않고, 12색 무궁화 크레용은 칠하면 묻어나는 것이지만 그림그릴 때가 제일 좋아서 교내 미술대회 때마다 늘 상을 받았다.


어느 날 이천관내 미술대회 장소가 설봉호텔 옆 애련정, 대회에 참석해 제일먼저 그림을 완성했다. 엄마는 늘 바쁘다고 하시면서 소풍 때도 따라오지 않는데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싸갖고 와서 먹으며 24색 왕자파스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면서 무척 부러웠다. 


아침조회 때 교장선생님이 단상에서 시상식을 하신다고 하며 내 이름을 불러서 나갔더니 상장과 부상으로 24색 왕자파스를 받았으나 기쁨도 잠깐사이에 지나갔다. 


담임선생님이 “교장선생님 막내딸이 6살인데 이번 대회에 참석하여 상을 못 받았으니 왕자파스를 주어야 한다”면서 빼앗다시피 가져가 버렸다. 화가 났지만 초등학교 4학년 어린나이에 힘이 없었던 정신적 고통의 그날 일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중학교 입학하고 며칠 지나서 아버지가 부르시더니 “그림만 포기 하면 뭐든지 다 해줄게”라면서 억지로 약속을 하셨다.


1970년 12월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보려면 시험지대 350원을 내야 되는데  아버지가 “돈이 없으니 시험을 포기 해”라고 하셨을 때 슬퍼서 이불을 뒤 짚어 쓰고 눈이 퉁퉁 붓도록 울며 단식투쟁을 했다. 엄마가 시험지 대를 주셨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왕복 차비가 없어서 십리 넘는 길을 추운 줄도 모르고 다녀왔다. 


작은 우물의 끝없는 욕망/소정  손유순 도예가 제공

1차 인문계 입학금 18,000원 합격통지서를 드렸더니  엄마가 “계집애가 공부는 해서 뭐 하냐? 네 남동생이나 가르쳐야지” 하시기에 정말 돈이 없는 줄 알았고, 신둔 농협과 이천 군청에서 아버지가 저축 상을 받아 오신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돈이 없다고 하시더니 저축상은 뭐냐고 따졌더니 “네 남동생들 대학 보낼 때 소와 땅 안 팔고 공부시켜야지, 집에서 농사일이나 거들어” 라고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나는 억울하고 분해서 이다음에 농사일 하는 집으로 시집 안 가기로 결심 했다.


1972년 9월에 늘 농사일로 바쁘다던 엄마가 하숙생을 친다고 하시면서 내가 쓰던 방도 치우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동생들과 함께 지내라고 하시며 방을 정리 하는데 남자 어른들이 들어 왔다.


무슨 일을 하는데 우리 집에 오셨냐고 했더니 “전라도 광주에서 도자기를 만들다가 해강고려청자에서 기술자를 뽑아서 왔다” 하기에 구경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장소를 가르쳐 주어서 가 보았다. 그곳은 난생 처음 보는 무아지경의 세계였다.


신둔농협 직원인 옆집 오빠가 “나와 함께 농협에 다니자.”라고 했는데 도자기 만드는 기술을 배우기로 했다고 거절했다. 우리 집에 하숙생이 안 왔으면 나는 농협에 근무 했을 것이며 내 인생도 바뀌었을 것이다. 그날부터 취직이 되어서 월급 3,000원의 적은 돈이지만 도자기 만드는 기술을 배우기로 마음을 굳게 다짐했더니 지난날의 분하고 섭섭하고 화가 났던 모든 일들이 모두 사라졌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어렸을 때 포기 했던 그림 그리던 것을 40년 넘는 동안 진흙을 빚으며 그림과 조각을 하면서 검은머리가 파 뿌리 되도록 재능과 노력으로 즐기면서 모교인 신둔초등학교에서 특성화, 꿈의 학교 강의를 하고 있다. 귀여운 2학년 여자 아이가, 


“선생님은 우리 할머니 닮았어요” 

- 어디가?
“머리가 하얀거요.” 

- 그렇구나!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뉴스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유니세프
하단배너_06 코리아넷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현대엔지니어링, 장애인 자립 돕는 ‘굿윌스토어 서부물류센터’ 개관 현대엔지니어링이 29일 밀알복지재단과 손잡고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자립 기반 강화를 위한 ‘굿윌스토어 서부물류센터’를 개관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장애인 자립 돕는 `굿윌스토어 서부물류센터` 개관이 날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개관식에는 현대엔지니어링 송명숙 마케팅전략실장과 밀알복지재단 홍정길 이사장 등 주...
  2. 인천시, 인현동 참사 27년 만에 첫 직접 주관 해상추모제 거행 인천광역시가 인현동 화재참사 27주기를 맞아 팔미도 인근 해상에서 시 주관으로 첫 공식 추모제를 거행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박찬대 인천광역시장이 30일 팔미도 인근 해상에서 열린 `인현동 화재참사 27주기 해상추모제`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 30일 오전 10시 30분, 인천시는 1999년 참사 당시 희생자들의 유골이 뿌려졌던 팔미도 ...
  3. 삼성전자, `글로벌 100대 브랜드` 7년 연속 세계 5위 달성 삼성전자가 28일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26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7년 연속 세계 5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글로벌 100대 브랜드` 7년 연속 세계 5위 달성이 날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아시아 기업 중 유일하게 글로벌 5대 브랜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해 브랜드 가치는 전년 대비 16% 상승한 1,052억 달러를 기록했다. ...
  4. 창경궁,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실감형 해설 서비스 도입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창경궁관리소는 오는 30일부터 스마트폰을 활용해 창경궁 곳곳의 역사적 의미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창경궁 무장애 디지털 관람 서비스’를 시작한다. 창경궁 음성해설 접속 모습 이번 서비스는 신한은행과의 민관 협업을 통해 제작되었다. 관람객은 별도의 기기 대여 없이 본인의 스마트폰으로 ...
  5.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매도사이드카 발동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30일 오전 10시 4분을 기해 유가증권시장에 매도사이드카를 발동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30일 오전 10시 4분을 기해 유가증권시장에 매도사이드카를 발동했다.이번 조치는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미니 코스피200 선물의 가격이 기준가 대비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됨에 따라 ...
  6. 2026년 2분기 생활인구 산정 결과 발표 행정안전부와 국가데이터처는 민관 데이터 가명결합을 기반으로 산정한 2026년 2분기 인구감소지역 생활인구 현황을 29일 발표했다. 행정안전부와 국가데이터처는 민관 데이터 가명결합을 기반으로 산정한 2026년 2분기 인구감소지역 생활인구 현황을 29일 발표했다.이 날 발표에 따르면 인구감소지역 89곳의 5월 생활인구는 약 3,285만 명으...
  7. 현대차그룹, 시흥서 ‘공동주택 주차로봇’ 실증 성과 공유 현대차그룹이 29일 경기도 시흥시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에서 공동주택 주차로봇 시연회를 열고 현대자동차·현대위아·현대건설 컨소시엄의 실증사업 성과를 공유했다. 현대차그룹, 시흥서 `공동주택 주차로봇` 실증 성과 공유이번 행사는 스마트도시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추진 중인 공동주택 주차로봇 실증사업의 진행 상...
TOP TODAY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